생각의 기저

[첫번째 생각의 기저] 사랑

ye_ong 2020. 2. 2. 01:18

성경 속 일화: 용서 받은 간음한 여인

 

당시 예수님을 고발하고자 했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율법주의자들)은 간음한 여인을 끌고 와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요 8:3)" 라고 질문한다. 이에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고 답하신다. 그에 돌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하나 둘 씩 자리를 떠나게 되고, 자리에는 예수님과 여인만 남았다.

 

예수님은 여인에게 질문하신다.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요8:10)"

여인이 자신을 정죄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없다고 답하자, 예수님께서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8:11)"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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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님의 강의,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에서는 '감각'의 중요성이 나온다. 이론은 정적이고 삶의 사건들은 동적이기 때문에 이론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편적 이념에 해박한 것보다 자신만의 활동성 즉, 판단의 감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나온다.

 

간음한 여인에 관한 일화 역시 당시에는 절대적 기준으로 여겨졌던 모세의 율법이 '죄 없는 자만 돌을 던지라'는 한 마디에 무력해지는 것을 보여주며 이론의 한계를 시사하고 있다. 예수님이 모세의 율법이라는 사회의 보편적인 이론을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의 고유한 판단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경은 그러한 판단 감각이 사랑에 기반해야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일화가 예수님의 현명한 답변이 아닌 여인에 대한 용서로 끝을 맺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간음'이라는 낙인이 찍혀 수 많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아왔을 여인에게, 더 이상 그녀를 정죄하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여인의 마음 속 상처에 대한 위로였다. 예수님의 판단 기준은 행동의 옳고 그름이 아닌, 잘못된 행동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문드러진 그녀의 마음 속 상처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었다.

 

판단 감각에 대한 인지는 이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획일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경계하는 장치가 된다. 그리고 그런 판단 감각을 사랑에 기반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간 이성과 논리로 합리화 됐던 수많은 오만한 선택들과 생각들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 때문이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서 고유한 기준들과 이를 위한 이성과 논리는 분명 필요한 존재지만, 이것이 현명한 선택을 완성하진 못한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연이 닿은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통해 판단 감각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 참고자료:

최진석 교수,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https://www.youtube.com/watch?v=xqkdjSR5eI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