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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

[20200314]창문 밖의 세상

오늘 밤도 더워서 자다가 깼다. 히터를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우기가 끝난 건지 최근에는 해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커튼을 젖히면 강변 위에 뜬 햇살이 창문 너머에서 침대까지 닿는다. 슈퍼를 가기 전 어플로 온도를 확인해보니 2도다. 집 밖은 쌀쌀한 날씨였다. 훈훈한 온도의 방 안과 눈부신 햇살이 밖도 따뜻할 거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2도 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여전히 따뜻한 방 안에 머물러 있는 나는, 날씨가 잘 실감나지 않는다.

 

2017년 지진이 나고 학교가 휴교한 적이 있었다. 건물 복구를 위해 3주 넘게 휴교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동안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대나무숲에 한 학우의 사연이 올라왔다. 그의 집에선 인터넷이 안돼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려면 와이파이가 터지는 카페에 가야 하는데 매일 카페에 갈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개강 시에 학관을 이용할 카드를 충전해놓고 한끼 먹을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이었는데, 갑작스런 휴교로 식비와 생활비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구나했던 아무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짐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된 순간이었다.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 무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스스로의 둔감함에 대해 비난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어리고 모든 것에 서툰 나는 무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창문 밖 세상의 온도를 안다할지라도 그 정도가 온전히 마음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힘듦과 어려움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아야겠다고 되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