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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 오랜만에 집에 왔다. 온지 얼마 안돼서 추석연휴라 가족이 모두 집에 있었는데 엄마는 연휴 내내 집 안의 물건들을 당근마켓에 파느라 바빴다. 설마했는데 역시나, 엄마는 집에 있는 좋지만 안 쓰는 물건들을 헐값에 팔고 있었다. 내가 물건을 판다면 가격 책정의 기준이 정가일텐데 엄마는 안 쓰는 물건이라는 이유로 기준이 0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헐값에 파는 것도 모자라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기대와 다르다고 느끼진 않을지, 가져갈 때 불편하진 않을지 물건 상태를 다시 점검하고 꼼꼼히 포장을 마치는 모습을 보면 수고비 빼면 그냥 공짜로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이런 엄마의 모습이 늘 답답했다. 사람과의 일에서는 대충이 없고 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정이 넘쳤다. 그러다보니 사람 관계에서 손..
높아지고자 하는 마음 어떤 설교를 듣다가,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는 정치색이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마의 압제를 받던 시대임을 고려했을 때 당시 정치색이 다르다는 것은 단순히 진보나 보수정도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와 같이 로마에 저항해야 한다는 입장과 로마에게 우호적인 입장으로, 섞일 수 없는 관계였다고 한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해당 설교에서 목사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이 '소통'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셨다. 이렇게 섞일 수 없는 생각들을 가진 제자들이 죽기 전까지 서로 화합하여 성경을 전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예수님과의 소통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성경의 초반 부분에는 바벨탑에 관련된 일화가 나온다. 신과 동등하게 높은 곳에 있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바벨탑..
[詩] 청춘의 기습, 이병률 누군가에게라도 벅찬 아침은 있을 것입니다 열자마자 쏟아져서 마치 바닥에 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버릴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잃었다면 주머니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계산하는 밤은 고역이에요 인생의 심줄은 몇몇의 추운 새벽으로 단단해집니다 넘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습니까 저절로 익어 떨어뜨려야겠다는 질문이 하나쯤은 있습니까 돌아볼 것이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미래를 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갚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 최근에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집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시 중 하나다. 시의 전체가 아니라 마음을 울렸던 구절들만 추려서 필사해두었다. 미래를 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갚을 수 있다는 말이 청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