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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

예견된 범죄였다

유학생으로서 한국의 빠른 코로나 대처를 보면서 자랑스러웠다. 정부 대응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그것보다는 국민들 각 개인의 행동이 더 인상깊었다. 정부의 지침에 알맞게 행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의료진, 연예인, 일반 시민 등 너나 할 것 없이 사회 곳곳에서 들리는 봉사와 기부 등 선행 소식들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정부의 정책이 닿지 않는 곳 혹은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은 결국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도덕심, 선한 마음들임을 되새긴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회 분위기도 잠시, N번방이라는 단어가 뉴스의 헤드라인과 검색어에 오르기 시작했다.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던 서지현 검사는 '예견된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소라넷과 같은 유사범죄부터 승리, 김학의 등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공인들까지 성범죄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경제학 교수님께선, 형벌의 무게는 범죄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2018년 2학기, 같은 학교를 다니던 한 여학생이 자취방 옥생에서 투신했다. 동창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소송 끝에 가해자는 감옥에 갔다고 한다. 가해자는 2년 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피해자는 우울증에 고통 받다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의 나이 스물 셋이었다.

 

한 사람의 삶과 2년의 무게는 절대 같지 않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N번방 사건에 '예견된 범죄'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성범죄가 일어났고 늘 범죄로 인한 손실과 형벌은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절뚝거렸다. 이제는 사회의 경종을 울려야 할 때이다. 더 나은 사회는 좋은 리더나, 정부, 기업이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의 옳은 가치관과 도덕심이 옳은 행동을 이끌어내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N번방을 운영한 운영진들의 처벌에서 멈춰선 안된다. 상식 선에서 허용되지 않는 왜곡된 성관념, 무너진 도덕심을 가진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참고기사

N번방은 '예견된 범죄'였다

 

'70여명 성착취' n번방…서지현 검사의 분노 "시작에 불과"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47·연수원 33기)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 피해 여성들이 스스로 동영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서 자문관은

new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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