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격리기간 동안에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친구와 논문대회를 신청했다. 오랜만에 다시 책상에 앉으려니 몸이 찌뿌둥하고 글을 읽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쉽게 집중력이 분산된다.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고통과 불편함들이 있다. 나아가는 과정 중에 나를 흔드는 사소한 것들에 저항하는데서 오는 고통과 불편함이다. 어떤 일의 시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듯, 당장 보이는 쾌락과 행복에만 치우지지 않고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종종 욕심이 넘쳐 '희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오늘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의 목표로 내 삶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는데..'하는 후회가 드는 과정들이다. 결국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바라보며 불쌍했던 나의 젊었던 혹은 어렸던 한 때를 마음 속에 품게 된다.
여전히 나는 이 경계가 어렵다. 내가 느끼는 이 힘듦이 성장의 고통인지 오늘을 희생하는 불행의 감정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를 너무 오래 곱씹지는 않기로 했다. 판단의 오류와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실수에 얽혀있는 내 모습을 수용하자 다짐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지금 이 길이 성장의 고통이라 느껴져 인내한다 해도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면 돌아나오면 되고, 불행이라 느껴져 지고 있던 부담감을 저버린다고 해도 언젠간 책임을 피하는 것의 대가가 씁쓸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울 날이 올 것이다. 정확히 어떻게 나는 오늘의 균형을 맞출지, 그 경계가 어디일지 알지 못하지만 성장의 고통과 불행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살아야지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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