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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

[묵상]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김창옥 교수님은 갈등을 해결 하기 위해선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 외부에 있는 절대적인 선한 기준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잘못이 적은 경우에 이는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라면, 마땅히 온유함과 오래참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느낀 바로, 이러한 덕목이 유독 어려운 이유는 남들이 알아주고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인내, 온유, 오래참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나를 화나게 한 상대방은 계속 화를 돋울 것이고, 괜찮다 생각했던 괜찮지 않았던 상황들이 반복되면 정신승리 중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에 데살로니가전서와 골로새서를 통해 성경은 말한다. 사람을 보고 인내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두려워 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하라고.

 

삶의 여러 기준들이 하나님을 기반에 두지 않고 사람을 기반에 두기에 쉽게 흔들리고 불안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가장 큰 것은 어제 친구와의 통화를 통해, 내가 노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에 대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노력에 대한 기준을 타인과의 상대적인 위치에서 찾았다. 시험 성적이라든지, 친구들의 공부량이라든지. 그러나 공부의 질도 다르고 패턴도 다르기 때문에 사실 이건 그렇게 좋은 척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기준이 없던 나는 늘 불안했다.

 

경제학을 선택했을 때 기준은 하나님이였다. 독일 유학의 계기가 됐던 휴학을 선택했던 기준도 하나님이였다. 진학일까 취업일까의 기로에서의 기준도 하나님이였다. 원서 넣었던 모든 대학원에 떨어지고 딱 하나만의 결과를 앞두고 있을 때 기도했던 것도, 내가 바라는 대로 하지 마시고 하나님의 계획대로 하시길 바란다는 예수님의 기도였다. 삶의 모든 기로의 기준에 하나님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내가 불안정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매일의 기준에 하나님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부였던 베드로에게 하루 종일 물고기가 잡히지 않던 날이 있었다. 하루 종일 반복된 헛 손질에 지친 그에게 예수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물을 던질 자리를 알려주셨다. 베드로는 자신이 하루 종일 그물을 내려보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말씀에 순종하여 한 번 해보겠다고 말한다. 배 두척이 만석이 될 만큼의 물고기를 잡게 된다. 그 길로 베드로는 배를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된다.

 

이 일화는 성취가 주는 행복은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이 주는 행복보다 열등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베드로는 하루 종일 물고기를 잡는데 시간을 썼고 그 일이 마침내 현실이 됐지만, 그는 되려 잡은 물고기들과 배를 버리는 선택을 한다. 마치 내 삶의 모습 같았다. 성취를 위해 나의 삶을 바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이 주는 삶에 대한 확신은 성취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 내 삶을 성취의 일련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고 그에 대해 순종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세상이 줄 수 있는 행복, 그 이상의 것을 누릴 수 있는 삶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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