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궤적

[詩] O Me! O Life!, Walt Whitman

O Me! O Life!

O Me! O life!... of the questions of these recurring,

Of the endless trains of the faithless—of cities fill’d with the foolish,
Of myself forever reproaching myself, (for who more foolish than I, and who more faithless?)
Of eyes that vainly crave the light—of the objects mean—of the struggle ever renew’d,
Of the poor results of all—of the plodding and sordid crowds I see around me,
Of the empty and useless years of the rest—with the rest me intertwined,
The question, O me! so sad, recurring—What good amid these, O me, O life?

Answer.
That you are here—that life exists, and identity,
That the powerful play goes on, and you will contribute a verse.

 

 

오, 나여! 오, 삶이여!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들
믿음 없는 자들의 끝없는 행렬에 대해
어리석은 자들로 가득 찬 도시들에 대해
나 자신을 영원히 자책하는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어리석고, 나보다 더 믿음 없는 자 누구인가?)
헛되이 빛을 갈망하는 눈들에 대해
사물들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다시 시작되는 투쟁에 대해
형편없는 모든 결말들에 대해
발을 끌며 걷는 내 주위의 추한 군중에 대해
공허하고 쓸모없는 남은 생에 대해
나를 얽어매는 그 남은 시간들에 대해
오, 나여! 반복되는 너무 슬픈 질문
이것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오, 나여, 오, 삶이여!

 

답은 바로 이것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
삶이 존재하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장엄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도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것

 

 

-

막학기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이었다. 대학교가 자유롭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있는 삶이었다. 그러나 사회에 나온다는 것은 그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나의 당장의 선택이 미래의 나의 커리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부담감이 나를 위축시키기도 했다. 무엇을 해야 성공할까 혹은 무엇을 해야 효율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떤게 현명한 선택일까 등의 질문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오늘 적은 이 시가 당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Answer. That you are here.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이 구절이 평온을 위한 기도(Serenity Prayer, Rheinhold Niebuhr)의 'Living one day at a time, enjoying one moment at a time'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몇 가지 문장들을 좀 더 인용하자면,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정재찬 교수님은 꽃은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고 <라틴어 수업>에서 한동일 교수님은 새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난다고 말씀하셨다.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다르니 나답게 사는 게 내 삶의 정답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삶들과 비교해서 불안해하지 말고 초조해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어떠한 면에서는 근래 유행했던 YOLO와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이 단어가 무책임을 포장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는 것을 목격했기에 무책임과 삶을 누리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둘의 차이는 경제학의 개념인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로 설명될 수 있다. 지불의사는 기회비용이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다. 즉, 어떠한 선택을 이행하기 위해서 포기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무책임과 삶을 누리는 것의 어렴풋한 경계선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여태 경험한 바로는 무책임한 사람들은 원래도 포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포기하고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포기하기 힘든 것들을 포기한다.

 

'응답하라 1988'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선영 씨는 한 예능에서 '오랜 연극생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힘들지는 않았는지'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녀는 '배고픈 것을 알고 선택했으니까, 내가 선택한 가난이었으니까' 견딜 수 있었다고 답한다. 이 대답이 WTP를 제대로 반영한 삶의 선택이자, 선택 이후의 올바른 삶의 태도, 그리고 이 시가 던지는 메세지를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녀와 같은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할 수 있는 열정과 그를 위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오늘이 버텨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또 하나의 행복한 하루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참조

1.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클립 (what will your verse be?)

2.https://www.youtube.com/watch?v=omveFR-2hmg

2. 아이패드 광고, 당신의 한 줄

https://www.youtube.com/watch?v=aaHPaa7_L7I

3. O Me! O Life! 국문 출처 - 류시화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