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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

[時] 길 위에서, 권지숙

 

 

우는 아이를 업고

낯선 길을 한없이 헤메었다

 

길 위에 던져진 무수한 신발들 중에

내 신발을 찾다 찾다 잠이 들었다

 

붉은 황톳물 넘치는 강을 내려다보며

해가 지도록 울었다

 

그렇게 한 해가 갔다

 

 

-

길을 잃은 것, 그러한 막막함과 불안함, 그것이 슬픔이라고 시인은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낯선 길에 들어선 엄마의 긴장된 마음을 모른채 등에 업힌 아기는 계속 울기만 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랴 낯선 길을 걸어가랴, 이 짧은 한 문장에 그녀의 지친 마음이 드러난다.

길 위의 신발 더미를 헤집으며 자신의 신발을 찾는 모습에서는 처량함마저 느껴진다.

 

슬픔에 빠지면 모든 곳이 낯선 길이 된다.

익숙했던 공간들이 낯선 곳이 되고

익숙했던 사람들이 낯선 사람이 된다.

익숙했던 것들로부터 오는 이질감이 나를 당황스럽게한다.

익숙했던 것들로부터 한 순간 나를 고립시키는 당황스러운 감정, 그게 슬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