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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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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고통과 불행의 경계 코로나로 인한 격리기간 동안에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친구와 논문대회를 신청했다. 오랜만에 다시 책상에 앉으려니 몸이 찌뿌둥하고 글을 읽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쉽게 집중력이 분산된다.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고통과 불편함들이 있다. 나아가는 과정 중에 나를 흔드는 사소한 것들에 저항하는데서 오는 고통과 불편함이다. 어떤 일의 시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듯, 당장 보이는 쾌락과 행복에만 치우지지 않고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종종 욕심이 넘쳐 '희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오늘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의 목표로 내 삶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하지 ..
예견된 범죄였다 유학생으로서 한국의 빠른 코로나 대처를 보면서 자랑스러웠다. 정부 대응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그것보다는 국민들 각 개인의 행동이 더 인상깊었다. 정부의 지침에 알맞게 행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의료진, 연예인, 일반 시민 등 너나 할 것 없이 사회 곳곳에서 들리는 봉사와 기부 등 선행 소식들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정부의 정책이 닿지 않는 곳 혹은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은 결국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도덕심, 선한 마음들임을 되새긴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회 분위기도 잠시, N번방이라는 단어가 뉴스의 헤드라인과 검색어에 오르기 시작했다.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던 서지현 검사는 '예견된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소라넷과 같은 유사범죄부터 승리, 김학의 등의 사회적으로..
[詩] 레몬, 허수경 당신의 눈 속에 가끔 달이 뜰 때도 있었다. 여름은 연인의 집에 들르느라 서두르던 태양처럼 짧았다. 당신이 있던 그 봄 가을, 겨울, 당신과 나는 한 번도 노래를 한 적이 없다. 우리의 계절은 여름이었다. 시퍼런 빛들이 무작위로 내 이마를 짓이겼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당신의 잠을 포옹하지 못했다. 다만 더운 김을 뿜으며 비가 지나가고 천둥도 가끔 와서 냇물은 사랑니 나던 청춘처럼 앓았다. 가난하고도 즐거워 오랫동안 마음의 파랑 같을 점심식사를 나누던 빛 속, 누군가 그 점심에 우리의 불우한 미래를 예언했다. 우린 살짝 웃으며 답했다. 우린 그냥 우리의 가슴이에요. 불우해도 우리의 식사는 언제나 가득했다. 예언은 개나 물어가라지, 우리의 현재는 나비처럼 충분했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리고 곧 사..
[Inspiration] A professor's reaction to COVID-19 Please accept that this semester isnt' going to be the best. It is okay. When I was in my first year of grad school, I lost my great aunt who raised me. I was numb and ready to drop out of grad school because I just couldn't imagine being a scholar in such a time of uncertainty and pain. One adviser said to me:Just submit to the grief. Do not expect to learn everything. You are grieving and dist..
세상의 온도 막학기에 친구들과 '세상의 온도'라는 팀명으로 공모전에 참가했다.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전략을 제안하는 공모전이라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팀명을 정했다. 초기에는 팀명의 의미보다는 수상에 대한 욕심이 컸다. 어떻게 해야 상을 탈 수 있을까에 중점을 맞춰서 주최 측이 원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추측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그러나 파트너 기업이 배정되고 기업에 맞게 조사를 하다보니 세상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진심을 다해서 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보기 좋은 것들, 허울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하나 둘씩 제거하다보니 우리가 정말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에..
[20200314]창문 밖의 세상 오늘 밤도 더워서 자다가 깼다. 히터를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우기가 끝난 건지 최근에는 해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커튼을 젖히면 강변 위에 뜬 햇살이 창문 너머에서 침대까지 닿는다. 슈퍼를 가기 전 어플로 온도를 확인해보니 2도다. 집 밖은 쌀쌀한 날씨였다. 훈훈한 온도의 방 안과 눈부신 햇살이 밖도 따뜻할 거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2도 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여전히 따뜻한 방 안에 머물러 있는 나는, 날씨가 잘 실감나지 않는다. 2017년 지진이 나고 학교가 휴교한 적이 있었다. 건물 복구를 위해 3주 넘게 휴교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동안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대나무숲에 한 학우의 사연이 올라왔다. 그의 집에선 인터넷이 안돼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려면 와이파이가 터지는 ..
[성경] 하나님의 전신갑주 에베소서 6장에서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언급하고 있다. 진리의 허리 띠, 의의 호심경, 평안의 신,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총 6가지를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의의 호심경을 붙이라'에 대한 설교가 인상 깊었다. 호심경은 심장 보호를 위해 붙이는 작은 납조각이다. 오늘날로 치면 방탄조끼 같은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명과 직결된 부위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의 호심경을 붙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이 심장에 총을 맞으면 죽게 되는 것처럼 기독교인이 의를 보존하지 못하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생명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오늘 다시 읽어본 에베소서 6장에서 나는 조금 다른 것을 느꼈다. 어제 읽었던 예레미야 3장과 몇 주 전에 읽었던 ..
[詩] If, Rudyard Kipling If you can keep your head when all about you Are losing theirs and blaming it on you; If you can trust yourself when all men doubt you, But make allowance for their doubting too; If you can wait and not be tired by waiting, Or, being lied about, don't deal in lies, Or, being hated, don't give way to hating, And yet don't look too good, nor talk too wise; If you can dream—and not make dreams your..
[노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장범준 (멜로가 체질 ost)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스쳐지나간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거야 다와가는 집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거야 한번 연락해 볼까 용기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 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 Here is looking at you, kid 죽은 전남자친구가 계속 눈에 보이는 은정(전여빈)의 얘기를 듣고 상수(손석구)가 건배하며 한 말. 카사블랑카의 대사라는 이 문장은 '당신의 눈에 건배'로 번역되었다. 상수와 은정이 감독이라는 설정과 영화의 인용구, 영화의 결말과 은정의 상황의 묘한 일치, 그리고 해결책보다는 지지를 선택한 상수의 마음을 충분히 반영한 게 이 짧..
해야할 일 나를 처음 경제학을 이끌었던 경제학 용어는 pareto optimal이다. 이는 '어떤 것이 최적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즉 '최적'에 대한 정의다. 당시 교수님은 A와 B라는 임의의 정책과 각 정책에 따른 사회구성원 각각의 이득을 칠판에 적으시며 '나은 것'의 정의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다. 이 수업을 듣는 내내 이런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 만든 학문이 경제학이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하는 공부와 내가 가진 것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 경제학을 접했을 때 내가 찾던 것이다라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