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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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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O Me! O Life!, Walt Whitman O Me! O Life! O Me! O life!... of the questions of these recurring, Of the endless trains of the faithless—of cities fill’d with the foolish, Of myself forever reproaching myself, (for who more foolish than I, and who more faithless?) Of eyes that vainly crave the light—of the objects mean—of the struggle ever renew’d, Of the poor results of all—of the plodding and sordid crowds I see around me,..
[성경]선배들의 취업설명회: 대세를 결정하는 것은 막학기 때 졸업생 선배들의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 분은 한국 회계사와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현재 한국은행에서 근무 중이고 다른 한 분은 행정고시 합격하신 분이었다. 대학원 준비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취업에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졸업생의 삶이 궁금해서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리고 당시 선배들의 조언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불안 속에서 중심을 지키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두 선배의 공통점은 '고시'라는 불안함이 극대화 되는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여느 사람들과 같이 두 선배 역시 고시를 시작할 때는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는 '반드시 해야하는 것'들을 찾는데 시간을 썼다고 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 좋은 교재 등 합격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고시..
[영화] Hacksaw Ridge: Things I can change 1. 영화 는 비폭력주의자인 데스몬드(사진, 앤드류 가필드)가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겪는 그의 신념과 군대의 특성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집총 거부로 인해 데스몬드는 군재판에 회부되는데 나에게는 그의 변론이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데스몬드는 자신의 신념에 동의하지 못하는 재판관들에게 "세상의 잘못된 부분들을 다시 붙여나가려는게 그렇게 잘못된 일입니까" 되묻는다. 세계 2차대전, 문자 그대로 한 국가에 국한된 전쟁이 아닌 전세계가 폭력으로 물들었던 시간이었다. 그의 변론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폭력의 무게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던 주체적인 사고가 돋보인 대사였다. 더욱이 영화는 데스몬드가 비폭력주의자가 된 개인적인 사연과 참전을 결정하는 과정들을 다루면서 그의 행동의 옳고 그름보..
[드라마] 비밀의 숲: 사회적 책임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중략)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위는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창준이라는 인물의 유서의 일부다. 이 드라마는 여러 권력가들과 연관된 한 브로커의 죽음을 시작으로 부정부패의 뿌리를 캐내려는 주인공 황시목 검사를 포함한 살인사건의 특수전담팀과 당시 검사장이자 대기업의 사위인 권력가에 속한 이창준 청와대 비서실장 간의 묘한 대립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의 마지막회에서는 권력가의 일부인 이창준이 모든 사건의 주도자임이 밝혀지는데 이창준의 부조리는 들킨 것이 아니라 들키기 위해 설계되었던 것이다. 이는 권력가의 부조리..
[詩] Serenity Prayer, Karl Paul Reinhold Niebuhr (평온을 비는 기도, 라인홀드 니부어)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Living one day at a time; Enjoying one moment; Accepting hardships as the pathway to peace; Taking, as He did, this sinful world As it is, not as I would have it; Trusting that He will make all things right If I surrender to His will; So that I may be reasonably h..
[時] 목련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도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저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말아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 천양희 시인은 시를 읽는 것은 교감이라고 했다. 시와 교감하면 감성에 면역력이 생겨서 슬픔도 비애도 줄어든다고 했다. ..
[20200217] 바이올린 배우기 지난 주 토요일에 바이올린을 빌렸고 오늘 첫 레슨을 받기로 했다. 경제학에 관해서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늘 존재한다. 나는 옳고 그름과 친절 사이에서 옳고 그름에 치중되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곧잘 흥미와 부담감이 이루는 균형에서 부담감 쪽으로 쉽게 빠지곤 했다. 그렇게 평정심이 한번 흔들리면 문제는 경제학을 즐기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불안정하고 우울한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문득 인생 전체를 살듯이 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는 희노애락이 있고 이성과 감성이 있듯이, 오늘 하루에 내가 잘해야 하는 어떤 것(경제학)을 위한 시간이 있다면 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위한 시간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지금 내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함양한게 음악이라고 판단됐다. 비올라를 배운 친구가 처음 비올라..
[時] 길 위에서, 권지숙 우는 아이를 업고 낯선 길을 한없이 헤메었다 길 위에 던져진 무수한 신발들 중에 내 신발을 찾다 찾다 잠이 들었다 붉은 황톳물 넘치는 강을 내려다보며 해가 지도록 울었다 그렇게 한 해가 갔다 - 길을 잃은 것, 그러한 막막함과 불안함, 그것이 슬픔이라고 시인은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낯선 길에 들어선 엄마의 긴장된 마음을 모른채 등에 업힌 아기는 계속 울기만 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랴 낯선 길을 걸어가랴, 이 짧은 한 문장에 그녀의 지친 마음이 드러난다. 길 위의 신발 더미를 헤집으며 자신의 신발을 찾는 모습에서는 처량함마저 느껴진다. 슬픔에 빠지면 모든 곳이 낯선 길이 된다. 익숙했던 공간들이 낯선 곳이 되고 익숙했던 사람들이 낯선 사람이 된다. 익숙했던 것들로부터 오는 이질감이 나를 당황스럽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