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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장범준 (멜로가 체질 ost)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스쳐지나간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거야 다와가는 집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거야 한번 연락해 볼까 용기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 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 Here is looking at you, kid 죽은 전남자친구가 계속 눈에 보이는 은정(전여빈)의 얘기를 듣고 상수(손석구)가 건배하며 한 말. 카사블랑카의 대사라는 이 문장은 '당신의 눈에 건배'로 번역되었다. 상수와 은정이 감독이라는 설정과 영화의 인용구, 영화의 결말과 은정의 상황의 묘한 일치, 그리고 해결책보다는 지지를 선택한 상수의 마음을 충분히 반영한 게 이 짧..
해야할 일 나를 처음 경제학을 이끌었던 경제학 용어는 pareto optimal이다. 이는 '어떤 것이 최적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즉 '최적'에 대한 정의다. 당시 교수님은 A와 B라는 임의의 정책과 각 정책에 따른 사회구성원 각각의 이득을 칠판에 적으시며 '나은 것'의 정의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다. 이 수업을 듣는 내내 이런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 만든 학문이 경제학이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하는 공부와 내가 가진 것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 경제학을 접했을 때 내가 찾던 것이다라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때때로..
[詩] O Me! O Life!, Walt Whitman O Me! O Life! O Me! O life!... of the questions of these recurring, Of the endless trains of the faithless—of cities fill’d with the foolish, Of myself forever reproaching myself, (for who more foolish than I, and who more faithless?) Of eyes that vainly crave the light—of the objects mean—of the struggle ever renew’d, Of the poor results of all—of the plodding and sordid crowds I see around me,..
[성경]선배들의 취업설명회: 대세를 결정하는 것은 막학기 때 졸업생 선배들의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 분은 한국 회계사와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현재 한국은행에서 근무 중이고 다른 한 분은 행정고시 합격하신 분이었다. 대학원 준비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취업에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졸업생의 삶이 궁금해서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리고 당시 선배들의 조언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불안 속에서 중심을 지키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두 선배의 공통점은 '고시'라는 불안함이 극대화 되는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여느 사람들과 같이 두 선배 역시 고시를 시작할 때는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는 '반드시 해야하는 것'들을 찾는데 시간을 썼다고 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 좋은 교재 등 합격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고시..
[영화] Hacksaw Ridge: Things I can change 1. 영화 는 비폭력주의자인 데스몬드(사진, 앤드류 가필드)가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겪는 그의 신념과 군대의 특성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집총 거부로 인해 데스몬드는 군재판에 회부되는데 나에게는 그의 변론이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데스몬드는 자신의 신념에 동의하지 못하는 재판관들에게 "세상의 잘못된 부분들을 다시 붙여나가려는게 그렇게 잘못된 일입니까" 되묻는다. 세계 2차대전, 문자 그대로 한 국가에 국한된 전쟁이 아닌 전세계가 폭력으로 물들었던 시간이었다. 그의 변론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폭력의 무게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던 주체적인 사고가 돋보인 대사였다. 더욱이 영화는 데스몬드가 비폭력주의자가 된 개인적인 사연과 참전을 결정하는 과정들을 다루면서 그의 행동의 옳고 그름보..
[드라마] 비밀의 숲: 사회적 책임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중략)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위는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창준이라는 인물의 유서의 일부다. 이 드라마는 여러 권력가들과 연관된 한 브로커의 죽음을 시작으로 부정부패의 뿌리를 캐내려는 주인공 황시목 검사를 포함한 살인사건의 특수전담팀과 당시 검사장이자 대기업의 사위인 권력가에 속한 이창준 청와대 비서실장 간의 묘한 대립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의 마지막회에서는 권력가의 일부인 이창준이 모든 사건의 주도자임이 밝혀지는데 이창준의 부조리는 들킨 것이 아니라 들키기 위해 설계되었던 것이다. 이는 권력가의 부조리..
[詩] Serenity Prayer, Karl Paul Reinhold Niebuhr (평온을 비는 기도, 라인홀드 니부어)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Living one day at a time; Enjoying one moment; Accepting hardships as the pathway to peace; Taking, as He did, this sinful world As it is, not as I would have it; Trusting that He will make all things right If I surrender to His will; So that I may be reasonably h..
나를 보내신 이의 뜻 마태복음인지 마가복음이었는지, 어딘가에서 예수님이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이라는 표현을 쓰셨던 적이 있다. 어제 마태복음 11장을 묵상하면서 다시 그 말씀을 곱씹어보게 됐다. 우리는 대부분 미래를 바라본다. 목표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예수님은 출발점을 바라본다. '지금'의 이유를 살펴본다. 그게 예수님과 나의 차이였다. 대학에 입학한 후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났을 때 우리는 이런 얘기를 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안해도 됐던 것 같다고. 이전에 읽었던 불안에 대한 글이 그 때의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것은 사실 그리 많은 것들이 아닌데, 우리는 불안에 휩싸여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쌓느라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들어 삶의 다방면에서 이것을 느낀다. 원하는 것..
[두번째 생각의 기저] 사람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낮과 밤과 해와 달과 땅과 바다와 하늘의 생명과 물 속의 생명 등 모든 것들이 만들어진 후에 사람이 창조되었다. 그리고 기존에 만들어진 것들과 달리 사람에는 '하나님의 형상'이 있다고 적혀있다.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해석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이는 세상 만물과 사람을 구분짓는 기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해석 중 한 교수님의 해석이 가장 감명 깊었다. 교수님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적 감각을 예시로 드셨다. 자연의 웅장함에 감탄하고 절경을 감상할 만한 능력을 지닌 것은 자연을 창조한 신과 인간만이 교감할 수 있는, 어쩌면 신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감동이 있던 해석이었다. 어째튼 나는 이..
나를 바라보는 기준 초등학교 때 매 학기마다 하던 다짐이 있었다. 교과서 깨끗하게 쓰기였다. 어릴 적 나는 교과서 모퉁이에 낙서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는데 스스로 그게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때를 다시 떠올린 것은 학부생 때 수강한 드로잉 기초 수업에서였다. 첫 수업에서 교수님은 "학교 다닐 때 꼭 교과서에 낙서하는 애들 있죠?" 라고 말씀하셨다. 문득 기억나던 초등학교 때의 다짐으로 혼자 뜨끔하던 차에, "그런게 재능입니다" 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인상 깊은 것을 넘어 충격이었다. 한번도 의문을 제기해본 적 없던 나쁜 습관이 재능이라는 긍정적인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내가 잘한다고 자부하는 것마저도 인정받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생각치도 못한 부분에서의 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선물을..